::2008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
Posted 2008/10/01 22:20토요일 저녁 혼자서 씨네큐브를 찾았다. 초행길이라 쉽지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홈페이지로 영상 상영기간을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도착해 보니 10분 정도 늦어서 영상을 관람 할 수 없었다. 매표소에서 고집을 부려보았다면야 들어갈 수는 있었을 테지만 이미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혼자서 긴 시간을 두고 다른 광고들을 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한쪽을 기준점으로 차례로 광고를 보았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광고들이 수두룩했다. 특히나 초반에 나의 시선을 모은 광고는 ‘형광 팬 광고’였다. 이전에 보았던 형광 팬 광고들 중에서는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만 딱 형광 팬 색의 옷을 입은 사람이 사진으로 표현된 광고와 차선을 마치 형광 팬으로 그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outdoor광고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제 형광 팬 광고라고 하면 이 광고가 떠오를 듯 하다.
이 광고는 형광 팬으로 글의 중요한 부분에 줄을 쳐서 그 글이 설명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만든 것이다. 다른 Press 광고들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형광 팬으로 표현된 각 인물들의 모습은 누구라고 쉽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인지 이 광고는 광고제 Press부문에서 Gold를 차지했다.광고 심리학 시간에 다루었던 내용 중에서 주목의 유형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마도 ‘컬러’와 ‘모호성’에서 이 광고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듯 하다. 형광 팬의 색이 누런 종이와 있을 때 확실하게 구별되며, 또한 이미지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절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의 시선은 같은 사람에게, 특히나 얼굴에 집중된다고 하는데 이를 잘 이용한 것 같다. 그 사람의 모습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것이 얼굴이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심리학적으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문제는 적장 형광 팬 이름이 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고가 보여주고 있는 멋진 Visual에서 빠져 정작 광고에서 중요한 상표는 보지 않았다. 이는 Visual이 주는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시선의 전이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이런 아이디어를 유지하면서 상표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유명한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나게 할 것이 아니라, 자사의 역사나 자사 제품과 관련된 이야기, 성능을 적어놓은 글에 팬으로 줄을 쳐서 형광 팬의 이름을 나타나게 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광고제를 다 둘러보고 나서 느낌이 비슷한 광고가 있었다. 하나는 폭스바겐(Volkswagen)의 주차 거리 조정 시스템 광고와 ford사의 후면 조망 카메라가 장착된 ford expedition 광고가 그것들이다. 하지만 둘은 silver와 bronze로 서로 다른 평가를 받았다. 이 두 광고를 보면서 둘의 평가가 잘못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둘의 평가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직접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silver를 수상한 폭스바겐사의 광고는 포드사의 광고에 비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상식선에서 두 광고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일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는 ‘의외성’을 의도했다고 보여진다. 이런 Visual을 통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로써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데는 둘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사의 광고는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더 쉽게 알 수 있다. 시각적 Visual만으로 광고가 어떤 상황을 말하고 있는지가 명확히 전달 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려움 없이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자동차를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아니 주차하려는 차에 타고 있던 경험이 있다면 광고에서와 같은 상황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화 기억 속에 있는 그런 ‘조마조마함’을 잘 표현해 줌으로써 소비자가 광고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본다. 하지만 포드사의 광고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나로써도 광고를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면 포드라는 자동차 회사의 로고가 없었다면 무슨 광고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배운 ‘이해’라는 해석적인 부분에 있어서 ‘정보량’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라는 Visual적인 정보가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소비자는 광고 속의 상황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이 상황을 자동차와 연결 시키기 위해서는 지금 보이는 곳이 차고라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 의미기억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광고는 이해되지 않고 단순히 보여지는데 그치고 말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광고를 보고 ‘뭐야? 이거 아이가 커졌어요? 라는 영화의 한 장면인가?’ 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듯 하다. 그렇지만 1인칭 시점을 이용해서 마치 광고를 보는 사람이 직접 차 속에서 후면 조망 시스템을 통해 물체를 확대해서 보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난 뒤에는 ‘아! 그렇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광고이기는 했다.이런 차이점 때문에서인지 두 광고는 유사한 상황 설정(후면 상황을 파악하는데 있어 유리하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갈렸다. 이런 차이의 주 요인은 소비자 이해의 측면에 있지 않을까 한다. 즉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광고가 더 효과적이고 좋은 광고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멋진 광고라도 해도 소비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광고가 아니라 난해한 암호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광고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광고를 수동적으로 소비해 왔었는데 능동적인 소비자가 되어 보니 그 광고의 새로움을 볼 수 있었다. 우연치 않게 비슷한 류의 광고를 비교할 수 있게 되어서 배운 것들은 적용해 분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광고라는 것이 단순히 똑똑 튀는 아이디어만 있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 자체도 어쩌면 또다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표현하는 방법은 아이디어를 더욱 빛나게 하는 광고의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칸국제광고제 수상작들을 보면서 광고라기보다는 예술작품을 감상 했다는 느낌이 강한 이유는 아마도 단순히 이미지를 본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상호작용했기 때문인 듯 하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광고가 가진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멋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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