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에서 나온 말 중에 '사람은 입(말) 때문에 망한다' 라는 말이 있었다. 정말 극중에서는 한 사람이 말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오래전 부터 사람들 사이에서의 말에 대한 중요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루하루 '말실수'라는 이름으로 상처주고 고민하고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의도한 건 그게 아니라...'
라는 말을 꺼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후다. 여기서 '의도'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수능 언어영역을 공부할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출제자의 의도 파악'이었다. 그놈의 의도라는 것은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말이라는 것에도 의도가 담겨 있다. 화자의 의도가 언어로 포장, 전달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의도라는 것은 정말로 어디에 있어야 할까? 언어에 그대로 담겨 있을 수 있을까? 다시 수능을 치던 그때로 돌아가 보면 언어 속에 그대로 의도가 담겨 있었다면 나는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말이 가지는 의미는 화자의 입을 혹은 손을 떠나는 순간 사용된 언어의 책임으로 떠넘겨진다. 그리고 그것을 듣거나 읽는 순간에는 그 사람에게로 그 책임이 넘어간다. 하지만 언어에 담긴 의미를 그 말을 전달하려는 순간과 정확히 일치하는 만큼 잡아내는 일은 두 사람(화자와 청자 혹은 독자)에게 모두 어려운 일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반응을 통해서 의미를 왜곡할 수 있고, 듣는 사람은 그 의미를 자신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도, 의미라는 것은 정확히 어딘가에 안착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는 순간부터 의미는 녹이 슬어 가고 그 시간이 오래되면 알기 조차 어려워 진다. (표면적 의미야 남아 있겠지만) 특히나 말보다 글로 적는 것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말은 감정이라는 정보를 추가적으로 담을 수 있지만 문자에는 제한된 정보만 담기기 때문이다. 참으로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대화는 어렵지만 그렇기에 중요한 일인 듯 하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전달한 말에 녹이 슬어 의미가 조금 달라졌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