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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해당하는 글(4)
2011.12.26   [터키 여행기] 여기는 샤프란볼루
2011.08.13   [터키 여행기] 안녕... 이스탄불 3
2011.08.11   [터키 여행기] 눈을 감고 있어도. 1


[터키 여행기] 여기는 샤프란볼루
님들과 마지막으로 들린 '예니 자미'를 끝으로 우리는 이스탄불을 떠라 다음 목적지인 '샤프란볼루'로 갈 준비를 했다. 숙소에 들러서 11시쯤 오기로 한 버스를 기다리며 숙소 사람들과 짧은 인사를 나눴다. 같은 숙소에서 '샤프란볼루'로 이동하는 사람은 우리 3명뿐이었다. 이스탄불에서의 인연이 다음 목적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런 모습은 즉흥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3명 모두 디테일한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다음 도시로의 여행은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숙소를 뒤로 하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차가 달렸다. 잠시 가다 멈춘 곳은 '동방호텔'이라는 한국사람들에게 유명한 숙소였다. 이곳에서 우리는 샤프란볼루의 동지인 미애를 만나게 된다. 여자 혼자 터키 여행을 왔다는 미애. 3개월간의 긴 여행을 혼자 한다는 이 여학생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단숨에 우리 3명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이렇게 해서 터미널에서 같은 버스를 탈 4명이 모집 되었던 것이다. 



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들은 버스 티켓을 확인하고 출발 시간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순탄하게 진행될 여행이었으면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우리 승연이 누님이 이스탄불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으셨는지 우리가 타고온 작은 버스에 젖은 슬리퍼를 놓고 내리셨단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뛰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였다. (난 남자야!) 무브무브. 터키 말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기사 아저씨를 찾아 손짓발짓으로 뭔가 놓고 내렸다는 걸 전달하고 아저씨께서 그것을 찾아 주셨다. 그 순간은 그걸 찾아야 한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돌아보니 그 아저씨와 나는 어떻게 통한 것일까? 정말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가보다. 순식간에 난 그 무리에서 책임감 있는 청년이 되었고 누님들의 사랑스런 동생이 되었다. (얼마 가지는 않았지만...ㅎㅎ)


 
이런 대합실에서 우리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도 충전하고 마실 것도 사고, 첫 고속버스 탑승을 앞두고 화장실도 모두 다녀왔다. 여행에서는 정말 거의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깊은 것 같다. 어느 정도 발달한 도시이기 때문에 한두번 그 시스템을 경험하고 나면 색다를 것이 없지만 그 처음 한두번의 짜릿함이 여행의 의미로 남는 것이다. 

자! 버스를 타고 우리는 샤프란 볼루로 이동! 버스는 지정좌석제로 운영되고 버스에는 차장이 있다. 마치 비행기를 탄 듯이 간단한 음식 및 음료를 제공해 준다. 각 의자에는 개인용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영화 및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또 대단한건 와이파이가 제공되서 버스에서도 마음껏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터키는 기차보다는 고속버스가 굉장히 잘 되어 있다. 오토뷔스라고 해서 차들의 좌석도 편안하고 서비스 수준도 높다. 꼭 한번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오토뷔스가 우리를 내려준 것은 터미널이다. 하지만 터미널에서 오토뷔스 사무실까지는 또 작은 버스를 타고 이동, 정말 그날 밤은 이동으로 시작해서 이동으로 끝났다. 우리는 오토뷔스 사무실에서 호텔에서 올 차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우리를 태우고 갈 차는 바로 요고! 운전사는 호텔 주인 할아버지셨다.


와! 이제 호텔에 가서 편히 쉴 수 있겠구나. 했지만 뭐 그렇다 생각대로 다 되지를 않더라. 호텔 할아버지도 정말 대단하신게 방이 있는 것 같은데 check in 시간이 아니라고 일단은 로비에서 쉬란다. 할아버지는 원칙 주의자! ㅎㅎ 그래도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터키 드라마도 보고 추운데 쇼파에서도 자 보고 새벽이 오는 것도 보고. 결국 아침 해가 다 떠서야 우리는 방에 들어갈 수 있었고 이렇게 샤프란 볼루에서의 하루가 시작 됐다.

작은 마을로 한 바퀴 둘러 보면 알 수 있지만 전통 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삶도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자 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지만 많은 부분 이곳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는 첫째날 피곤하지만 바쁘게 움직였다.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보고 싶은 것은 많아 첫날부터 택시를 타고 저 멀리까지 이동 계획을 짰다. 첫날 간 곳은 '아마스라'였다. 4명이서 택시를 타고 가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하고 빨리 다녀올 수 있었다. 정말 생각 없던 곳인데 호텔에 붙어 있던 쪽지의 추천을 보고 바로 결정 했다. (즉.흥.여.행)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샤프란볼루와 아마스라 사이의 날씨는 정말 Good이었다. 레이서의 피가 흐르는 택시 기사 아저씨 덕분에 생명의 위협을 좀 느끼기는 했지만 그만큼 시간을 아껴 쓸 수 있었다. 아마스라는 해안가로 흑해를 접하고 있다. 또한 물고기 요리로 유명한 곳이란다. 하지만 우리가 찾은 때는 3월 말이라 아직 쌀쌀해 비수기였다. 그래도 아름다운 휴양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방문한 것이다.




아마스라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특히나 이곳이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는 인도해준 강아지 때문이다. 안내지도 한장 없이 다니려니까 아름다운 곳은 많이 놓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큰 강아지는 마치 가이드처럼 우리를 가장 멋진 전경을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인도해 주었다. 그리고는 정말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마스라. 우리에게 뭔가 신비한 느낌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아마스라를 모두 보고 다시 샤프란 볼루로 돌아 왔을 때의 광장 모습이다. 샤프란볼루의 모든 교통은 이 광장에서 시작해서 끝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어둑해진 광장의 멋진 모습, 그립다. 무언가 느림과 빠름이 어색하게 섞여 있는 이곳.



아! 그리고 아마스라에서 만난 멋진 포즈의 터키 아이들 사진을 기념으로 남긴다. 여자 아이의 당당한 포즈는 정말 보기 좋았다. 놀이터를 지나다 만난 이 친구들 해맑게 우리의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어 더 기억에 남는다. 


샤프란볼루에서의 저녁은 작은 식당에서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로 마무리 되었다. 다음 목적지인 카파도키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농담을 주고 받고 미애가 구애 받고 우리는 한순간 친구가 되었다. 낯선 곳에서 우리들은 경계의 벽을 허물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진실된 미소 하나만으로 의심없이 우린 서로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리운 샤프란볼루.
이 이름은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말한다. 아니 후자가 더욱 그립다.

 








[터키 여행기] 안녕... 이스탄불
스탄불에서의 네번째날 그리고 마지막날이었던 3월 30일. 오늘의 우리에게는 특별한 일정이 있다기 보다는 어떤 일이든 마지막에 와서 느끼는 아쉬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이스탄불을 느껴 보고자 했다. 이미 익숙해진 이스탄불의 아침에 우리는 이제 늦잠도 잘 수 있었지만 아직도 그곳은 우리의 아침잠을 깨우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터키식 아침을 먹고 나서는 느긋하게 길을 나셨다.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를 지나 트램바이를 타기 위해 역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익숙한 과정었다. 마치 매일같이 우리가 사는 곳에서의 하루처럼 말이다. 

하지만 트램바이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역시나 이스탄불은 낯선이들에게 그렇게 쉽게 자신을 모두 내어주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낀다. 역시나 그 속에서는 우리는 이방인이다. 그래서 느낄 수 있는 색다름이 여행의 진미 중 하나일테지만. 트램바이의 종점에서 내린 우리는 내가 우연히 산 Adalar행 배편의 시간을 확인했다. 아쉽게도 조금 전에 배를 하나 보낸 우리는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하기 위해(?) 시내로 향했다. 특별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니! 우리가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에 대한 명제를 언제나 갖고 있다는 틀에서 보면 우리의 시내 방문은 분명 중요했다. 지난 날 맛 보았던 터키식 아이스크림을 다시 맛 보기 위해, 또 승연이 누님께 그 아이스크림을 소개해 주기 위해서 먼길을 왔건만 그곳에 있어야 할 아이스크림 판매원들은 온대 간대 없이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만 한쪽에 살짝 가려져 있었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 갑자기 입안 가득 군침이 돌았다. 아.. 어쩔) 결국에 우리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뒤로 한채 주위 다른 쇼핑몰을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마음 편히 쇼핑을 할 수는 없었다. 감질 맛 나는 쇼핑 중 나는 두 누님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한동안 패닉에 빠졌다. 여행자들이 그렇듯 서로 연락할 통신 수단이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금 뒤 두 누님은 한 손에 빵이든 봉지를 들고 나타나셨다. '맛 있는 빵 집이 있다길래 사왔어!'라고 하시는 두 누님을 떠올리니 정말 우리에게 먹는 것은 중요하구나 라는걸 새삼 깨닫는다. (ㅋㅋ) 

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선착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바다에서 바라본 이스탄불의 전경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조금 추웠지만 가판쪽 자리에 앉았다. 자 출발! 육지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이스탄불의 전경을 더욱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저 속에서 보았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멋진 이스탄불의 모습이 우리의 눈과 카메라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갈수록 어찌나 추워지던데 아름다운 광경을 보겠다는 우리의 초심은 무너지고 단지 따뜻한 곳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셋은 실내에 자리가 있나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가까 사왔던 빵을 먹으며 추위와 함께 찾아온 배고픔을 살짝 달랬다.

빵의 이름이 궁금하다


각 섬들을 들릴 때 마다 사람들이 내려서 그런지 실내에도 자리가 났다.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니 갑자기 졸음이 찾아 왔다. 이건 뭐 정말 동물적이지 않은가? 배 좀 부르고 따뜻하니까 잠이라니. 그래도 주위에 있는 우리 찡찡이 꼬마 덕분에 잠을 자기는 쉽지 않았다. 약 2시간 동안 여러 섬을 지나 종착지인 Adalar에 도착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견뎌야 했던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쏟아지는 잠(?)을 모두 보상할 만큼 아름다운 섬의 모습에 우리 모두 행복해 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Adalar 섬에 도착해서는 돌아갈 배편의 시간을 확인하고 섬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골목들을 지나 새로운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발견한 마차 정류장에 놀라기도 했다. 처음 보는 곳이었고 말똥의 냄새가 우리 코를 제대로 찔렀기 때문이다. 

멋진 해안가 풍경

사진은 괜찮네


사진으로 보면 영화의 한장면 같기도 하지만 직접 가 보면 일단 그 엄청난 후각이 시각을 압도할 것이다. 그곳을 지나 우리는 자전거 대여소로 갔다. 알고보니 Adalar 섬은 자전거를 타고 투어를 하면 좋다고 했다. 일단은 자전를 못타시는 승연이(내 기억에 착오가) 현진이누님을 위해서 2인용 자전거 한대와 1인용 자전거 한대를 밀렸다. 윳후!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열심히 누님을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았다. 섬의 예쁜 집들을 지나고 바다가 보이는 길도 지났다. 그리고 나온 언덕을 올라 가기 위해서 누님과 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바로 이 언덕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자전거 뒷바퀴에 펑크가 난게 아닌가! 아.. 이건 정말 도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난 현진이 누님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대여소로 향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먼길을 왔는지 가는 길이 멀기만 했다. 도착해서 손짓발짓으로 펌프를 빌려 누님들이 쉬고 계신 곳으로 왔다. 이제 뒷바퀴가 서서히 부풀어 오르면 된다. 그런데 펌프질을 해도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릴뿐 뒷바퀴의 모습은 변함 없었다. 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행히 결정을 쉽게 내려줄만한 외적 요소에 의해 주저함도 오래 가지 않았다. 때 맞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하나 뿐이다. 돌아가자. 그것도 빨리. 센스 있게 누님들은 우산을 준비해 오셔서 괜찮았지만 나는 비를 '살짝' 맞으며 그 멀게만 느껴지는 길을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with 비


돌아와서는 우리의 예상에 없었던 여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언제든 예상밖의 일들은 해결하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결국 우리는 아까부터 먹고 싶었던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이스크림 집에 앉아 남은 시간을 보낼 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신기하게도 날씨는 감쪽같이 맑아져 있었다. 어찌합니까~ 우리는 산책을 하며 한걸음 한걸음에 1분을 보내듯 움직였다.

비온뒤의 Adalar


그리고 결국 배 시간이 왔고 섬을 탈출할 수 있었다. 나올 때쯤 되니까 아쉬워지는 것이 비단 이 섬 뿐일까? 오늘 밤이면 이스탄불의 야경을 뒤로하고 기나긴 여정길에 올라야 한다. 이건 연습같은 것이다.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것. 결국 끝까지 모든 이별에 그럴 것이라는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스탄불로 돌아와서는 승연이 누님이 가보시지 못한 예니 자미로 향했다. 누님도 어디서 들으셨는지 그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싶어 하셔서 다시 한번 예니 자미를 방문했다. 이스탄불의 마지막은 예니 자미였다. 그곳에서 나와 해가 지는 이스탄불의 모습을 자신에 담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 지금은 그곳에 있지만 조금 뒤면 떠나야 하는 그곳.

두번째간 예니자미


마지막 이스탄불의 모습


숙소에서 터미널로 이동하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우리는 다음 여행지의 또 다른 동행을 만나게 된다. 미애. 거의 이틀 정도 같이 보냈을 뿐이지만 우리들은 타국에서의 멋진 추억을 공유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

여행, 그 속에는 정말 많은게 들어 있구나.
지난 뒤에 꺼내봐도 그 때처럼 기억하고 싶어서 이렇게 짧게라도 적어본다. 








[터키 여행기] 눈을 감고 있어도.

번째날, 이스탄불의 아침은 지난 이틀과 크게 다른 느낌이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화창해 우리들로 하여금 상큼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주었다. 이날의 여행 맴버 구성을 다시 떠올려보면 여초 현상이 두드러졌다. 누님 두분과 나 이렇게 셋이서 이스탄불 여행에 나섰다. 이렇게 세명으로 구성된 세번째 날의 여행 맴버는 이후로 네개의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변치 않고 그 탄탄한 조직력을 이곳저곳에서 보여준다. 앞으로 적을 여행기에서 우리들이 얼마나 괜찮은 여행 맴버였는지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과장이 좀 있으니까 자체적으로 필터링 하시기 바랍니다) 세번째날, 어느덧 익숙해진 이스탄불의 유명 장소들을 살펴본 날로 기억한다.

누님들과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숙소에서 가까운 '블루 모스크'였다. 블루 모스크는 터키에 있는 대표적인 이슬람 사원으로 그 웅장함은 직접 보지 않고는 이루 말하기 어렵다. 우리 세명은 이슬람교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지라 블루 모스크의 겉만 보고 지나칠 뻔 했다. 그저 '우와, 엄청 크다!'라는 탄성만으로 넘어가기에는 블루 모스크에 담겨진 것은 너무 많았는데 말이다. 다행히도 아침 시간에 이곳을 보러 오신 한국인 관광팀이 있어서 슬쩍 그 뒤에 따라 붙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단체팀이어서 눈치를 덜 볼 수 있었다. 워낙에 인심이 좋으실 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맞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듯 하셨다. 가이드를 통해서 듣게 된 이슬람 사원들의 기본적인 특징과 블루 모스크만의 특징을 통해 우리가 있는 이 곳이 특별한 곳임을 알게 됐다. 이슬람 사원에 있는 첨탐의 종류와 그 세력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것. 4개의 첨탑이 기본적이나 블루 모스크는 그것이 6개나 있다. 이유인 즉, 이 사원을 지을 당시의 왕인 술탄 아흐멧 1세가 메카로 떠나기 전 건축가에서 사원의 첨탑을 모두 '황금'으로 하라! 라고 명했지만 재정적 어려움에 건축가는 황금(Altin)과 동음의 6(Alti)으로 첨탑을 만들었다고 한다. 건축가의 재치에 의해서 기본 양식을 벗어나 만들어지게 된 블루 모스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식에 푸른 빛의 타일을 사용했다. (터키인들에게는 블루 모스크보다는 술탄 아흐멧 사원(SULTAN AHMET MOSQUE)으로 불린다.) 



6개의 첨탑을 가진 블루 모스크


 우리들은 내부에 들어갈 기회가 있어 신발을 벗고 누님들은 살과 머리를 모두 가리고 실내로 들어가 그 웅장함에 빠져 보았다. 현진이 누님과 나는 이전에 예니 자미를 다녀온터라 비교를 해 볼 수 있었는데, 웅장함은 블루 모스크가 대단하지만 아름답기로는 예니 자미를 따라오지 못했다. 하나 배운 것이 있다면 예배시 사람들이 아무 곳에서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발 아래 깔려 있는 카펫의 무늬를 살펴보니 일정한 패턴이 있었는데 특정 무늬 안에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아름다움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깔아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카펫에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니!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예배를 올릴 때 들어가야 하는 문양

블루 모스크를 나와 살짝 전경을 사진에 담고 큰 길가로 나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앉아 늦은 오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는 블루 모스크를, 뒤로는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아야 소피아를 두고 우리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야 소피아는 언제나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이곳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야 소피아에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 있었다. 그래도 적당한 시기에 줄을 서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아야 소피아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재 이곳은 어떠한 종교적 목적으로도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박물관으로 대중에게 개방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데는 아야 소피아가 가진 특별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야 소피아는 처음에 정교회 대성당으로 지어지고 그로써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후 모스크로 사용되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그 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스토리에 의하면 아야 소피아의 아름다움에 누구도 이를 부수지 못하고 계속해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 때문인지 아야 소피아는 알 수 없는 신비함을 뿜어낸다. 어쩌면 종교를 초월한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공통된 열망을 대표하는, 결국 우리는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야 소피아의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그곳에 먼지처럼 그 시간들이 쌓여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문 밖으로 보이는 2011년이 아득히 먼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야 소피아는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다. 그곳의 냄새와 분위기는 몸소 느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런 특별한 것이다. 사진으로 그곳의 느낌이 얼마나 전달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래 몇장 담아 본다.

아야 소피아의 전체적인 모습



아야 소피아에서

 


돌마바흐체 궁전
(Dolmabahce Saray)은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였다. 야경을 보러 이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일단 낮시간 마지막 장소는 '모든 것이 가득찬 곳'이란 뜻의 이 궁전이었다. 으하하! 운 좋게 이곳에서 나는 학생할인으로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얼마의 경비를 아낄 수 있어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여행지에서 얻는 이런 학생의 혜택은 기분 좋고 또 쏠쏠하기까지 하다. 돌마바흐체는 말 그대로 궁전으로 내부 장식은 그 화려함을 비할 곳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나에게 이러한 궁전은 그다지 특별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사실 아름다운지도 잘 모르겠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부분일 수 있겠지만 매우 작은 단면일 것 같다는 생각에 깊숙히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돌마바흐체도 분명 그것 자체로 아름다운 궁전이지만 이날 누님들과 본 모든 장소 중에서 제일 느낌이 적은 곳이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스탄불에서 빼놓기는 아쉬운 장소임에 분명하다. 

돌마바흐체 궁전

 

궁전에서 나와 우리는 야경을 보러 가기 전까지 이집션 바자르에 있었다. 또 로쿰을 사먹고 이것저것 구경도 했다. 누님들과 함께 다니면 재밌는게 평소 관심 없던 것도 보게 된다. 각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싫증날만도 하지만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있어서 좋다. 우리 셋이 이래서 같이 다녀도 별탈이 없었던게 아닐까 싶다. 장단이 나름 잘 맞아 툴툴 되도 다투지는 않고 분위기 환기만 되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돌이켜보니 함께 걷던 길들이 모두 즐겨웠다.

해가 다 지기 전에 승연이 누님이 가자고 하신 피에르 로티로 가기 위해서 바자르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이날 야경을 보러간 피에르 로티는 프랑스의 해군 장교이며 작가였던 '피에르 로티(Pierre Loti 1850~1922)'가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골든 혼(Golden Horn) 전망을 너무나 좋아하여 그의 이름을 따서 'Pierre Loti' 언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승연이 누님은 이곳을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찾아찾아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에 올랐다. 서서히 지는 이스탄불의 야경을 이 멋진 언덕에서 보려 하는 사람들도 카페와 전망대는 차 있었지만 우리 셋이 함께할 자리는 충분했다. 어린 학생들로 보이는 여자 무리가 있어 우리는 말도 걸고 사진도 찍어주고 아주 관광객티를 팍팍 내며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렸다. 해가 지며 하늘이 붉에 물들고 조금 뒤에는 터키의 가장 큰 도시답게 멋진 도시 야경을 뽐냈다. 
 

피에르 로티에서 바라본 이스탄불


어느 도시든 조금 떨어져서 보는 야경은 아름답다. 그 속내는 보이지 않아 어느 정도 도시라는 곳을 미화하는 것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불빛의 집합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낯선 곳에서 만나는 것이라면 말이다. 거짓말 같이 야경일 보고 내려갈 때쯤이 되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서둘러 내려간다고 했는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쯤 우리는 비에 젖어 있었다. 많이 걷기도 한 날이라 피곤한데 비에 옷까지 젖어 심신이 축축 쳐졌다. 이렇게 힘든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피에르 로티에서 바라본 이스탄불2



피에르 로티에서 바라본 이스탄불3




먼 길을 버스를 타고 와 우리가 간 곳은 '고등어 캐밥'을 파는 곳이었다. 3개의 배에서 구워내는 고등어가 들어간 캐밥은 이곳 이스탄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생각만으로는 비린 맛이 날 것 같고 또 가시 때문에 먹기 불편한 것 같지만 난 이날 거의 2개의 고등어 캐밥을 마시듯 먹어 버렸다. 배가 고파 그런 것도 있지만 분명 그 맛은 일품이었다. 레몬 때문에 고등어의 비린 맛도 없었고 야채와 빵과 어우러진 고등어는 가시도 많지 않아 먹는데 어려움도 없었다. 아... 당장이라도 고등어를 구어 빵 사이에 넣고 한 입 베어 물고 싶지만 그 때의 맛이 흐려질까 그러지도 못 하겠다. 다시 한번 맛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간절히! (누님들은 그냥 그렇다고 하셨지만 난 감히 강추 한다!)




 

이렇게 세번째날의 이스탄불 여행이 끝났다. 이곳 이스탄불에 매료된 우리는 다시 내일이 오기를 제촉하며 잠으로 그 기다림을 대신하기로 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우리는 아직 이스탄불이라는데 나는 행복해 하며 그날을 그렇게 마쳤다. 내일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본들 우리는 또 오늘처럼 행복해할 것이다. 








Jeonghwa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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