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신촌에서 뮤지컬을 보았다. 6월에 예매를 해 놓고 거의 한달만에 보는 뮤지컬이라 그 기대감이 최고조를 지나 하락세에 있을 때여서 더! 좋았다고나 해야할까? 조금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너무 기대하면 실망도 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아니 혹은 실망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뮤지컬 '쓰릴미' 오래전부터 '봐야지~'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실행으로 이제야 옮기게 되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이라 온라인에서도 많이 이야기 되었을 것 같다. 블로그에 포스팅도 많이 올라와서 작품을 감상하지 않고도 이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하다. 그만큼 뮤지컬 자체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이번에 본 쓰릴미는 최수형 - 최지호 페어의 공연이었다. 최수형이 네이슨 역을 최지호가 리차드 역을. 무대 장치는 시작부터 마음에 들었다. 조명, 음향 등 모두 초반에 몰입을 위해서 잘 구성되어 있었다. 츠적츠적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비 오는 날 건물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몰입을 잘 하는 편은 아닌 듯 한데...) 아무튼 50대 중반의 최수형 네이슨의 첫 느낌은 '50대 맞아?'였다. 무겁고 느린 걸음과 불편한 몸짓은 나이가 들었거나 아픈 죄수의 느낌을 잘 표현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최수형 네이슨의 모습은 50대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초반부터 풍부한 성량을 느낄 수 있게끔 해 줘 최수형 네이슨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지호 리차드의 등장. 다른 생각보다, '여기는 런웨이 아닙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 멋져서!) 이런 첫인상, 느낌은 리차드 역을 맡은 배우 최지호에게는 굉장한 advantage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로써의 강인함과 매력을 잘 보여주고 비쥬얼적으로도 잘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움직임에 있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20대의 리차드니까!)은 네이슨이 리차드에게 빠질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의 의심조차 남기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무대를 통해서 본 네이슨과 리차드의 첫인상이다.
2007년 초연을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서 접한 초연은 지금의 공연보다는 조금 절제(?) 된 듯 하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공연이 더욱 유연하고 여분의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특히나 두 배우의 키스신에서 내 주위에 있던 남자 관객의 그 움찔하며 내뱉는 신음소리에 내가 다 놀랐다. (ㅎㅎ) 그런 re-action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아무튼 두 사람의 키스신과 네이슨이 리차드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뭍는 장면 등의 이슈가 될 만한 볼거리에 수많은 팬을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신촌 공연잔의 무대는 연극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곳으로 '배심원석'은 무대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치로 되어 있으며 리차드가 성냥에 불을 붙이는 모습까지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으니 배우들의 표정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 연기에 이르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쓰릴미'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Roadster에서의 최지호 리차드는 새로운 발견이었고! (느무느무 멋졌으니까!), Afraid 에서는 최수형 네이슨은 아쉬웠다. Thrill me Finale 에서는 두명 모두에게서 뭔가 2%보다 조금더 부족함을 느꼈다. Thrill me를 외칠 때 전율이 돋아야 할 듯 했는데 그런 느낌 없이 '밍숭맹숭'한 끝맺음이 참으로 아쉬웠던 부분이다. (뭐 그래도 박수는 쳐 주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보여준 그들의 팬 서비스는 '짜릿'했다.
+ 최수형 네이슨에게 아쉬운 것은 조금 더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보석심판장에서 그의 당당한 모습에는 반론하지 않을 것이다. 감옥에서 30년을 넘게 살았고 첫 보석심판장에 선 그가 아니기에 그는 삶에 그닥 미련도 없어 보이며 때로는 당당하게 그 때를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어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대의 그의 모습은, 리차드를 갖기 위해서 그에게 이용 당하는 척 하는 그이 모습은 조금 더 천재적이어야 했다고 본다. 조금은 소심한 모습은 네이슨 완성하는데 충분 했을지는 몰라도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천재성을 드러내줄 만한 그의 연기를 아쉬웠다.
다른 배우들의 '쓰릴미'가 기대된다. 언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서 만나본 최수형 네이슨과 최지호 리차드는 그 모습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끔 하나의 공연을 오랜 시간 기획한 것에도 왠지 기분이 좋다. 막바지에 다달았을 때 다시 한번 모든 배우들의 공연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쓰릴미' 외적으로도 왠지 배우들의 성장 드라마를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