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하나 있는 수업을 끝내고 부랴부랴 Birmingham new street station으로 이동했다. 아침 일찍부터 책가방이 아니라 여행가방을 싸고 하느냐 피곤한 몸이지만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계속 빨라지기만 했다. 주말 여행이지만 그래도 교환학생을 시작한 이래 첫 해외여행이라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목적지는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을 설래이게 만드는 Paris. 처음 방문하는 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5년만이 방문하는 것이라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 들떠 있었다. 3시 15분 비행기지만 2시쯤 느즈막히 공항에 도착해 auto check in system으로 단 2분만에 check in을 하고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서 queue의 일부가 됐다. 뜨아!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결국 하나 걸리고 말았다. 여행용으로 준비해온 화장품 중 토너가 표기 용량이 100ml를 넘었다고 버릴거란다! 나 그거 반은 썼잖아라고 말하기도 전이 표기용량이라니 할 말 잃었다. 뭐 그래 쿨하게 그렇게 하세요.. 라고는 했지만 이거이거ㅠ 그래도 즐겁게 여행 가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한 시간 남짓 걸려 파리에 도착! 으음!!!! 여기가 빠리구나! 하지만 정말인지 공항에는 일본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정말 오사카 공항에 온 듯한.. (과장 2만배ㅎㅎㅎ) RER B라는 호선을 타고 머무를 예정인 민박집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 처음에는 낯선 곳이었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기 전날에는 마음이 맞는 다른 분들이랑 같이 술한잔 할 수 있었던 기분 좋은 곳으로 기억된다.
빠리에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주말간 온 여행이라 뭔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다행히도 토요일의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날씨가 좋아서 야외로 많이 걸어 다녔다. 실질적인 여행 첫날이었기 때문에 욕심을 좀 부렸는데 지금에 와서는 잘했던 것 같다. 그날 저녁부터 날씨가 영국 못지 않게 구리구리 했으니 말이다. 아침에는 제일 큰 벼룩 시장을 방문 했다. 입구쪽 보다는 저 안쪽에서 길거리에 앉아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정말 볼거리였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수 많은 물건들.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좋은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이런 여행은 나의 유럽 여행 mate에게서 배웠다, 5년 전 같이 빠리에 왔을 때 말이다. 다리 밑에서 장을 형성한 사람들과 단속을 피해 자리를 옮기는 한 무리의 보따리상들은 그날 오전에 본 가장 기억에 남는 광경이다. 지도 없이 걷겠단 나의 계획은 그저 길을 따라서 자연스레 발을 옮기게 도와 주었다. 길이 어디로 나 있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가다 보면 항상 새로운 것들을 만났고 또 새로운 길로 이어졌다. 그게 여행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곳이어도 좋았다. 그개 무슨 상관이랴. 책이 안내하는 여행보다는 내 발걸음이 안내한 이번 여행이 더 의미 깊었다. 식료품을 파는 길거리 시장을 지나면서는 타르트를 사서 몽마르뜨까지 가는 길에 간단히 배를 채웠다. 지도상으로는 아침에 방문한 벼룩시장과 몽마르뜨는 거리가 있었지만 무작정 걷다보니 근처에 와 있었다. 몽마르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 때라 많은 사람들이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나도 그 무리 속에서 꼭대기에 있는 사원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보고 오래된 가게들을 보고. 그런 분위기는 아무런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빠리 몽마르뜨만의 분위기 그 자체였다. 특히나 날씨가 그런 분위기에 더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 자! 이제 빠리의 전경을 볼까!? 이 사진은 몽마르뜨에서 본 빠리의 모습이다. 아이폰의 pano라는 app으로 찍어 보았는데 오오오!! 정말 빠리답다. 이날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서 축복받은 토요알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흘러 나오는 음악과 마치 영화에서처럼 하늘을 장식해 주는 비둘기들과 구름은 정말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 이런게 내가 찾고 싶었던 빠리다.
빠리의 지하철은 정말 더럽다. 5년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렇다. 지하철을 타보면 '도대체 어디가 문화 선진국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거의 움직이는 쓰레기통 같다. 역도 더럽기는 마찬가지고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해결하신 소변 냄새는 기억 속의 빠지 지하철역을 구성하는 7할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오후 3시까지 너무 열심히 움직인 탓이었을까?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 잠시 들어서 1시간 가량 쉬다가 다시 cite역으로 발을 옮겼다. 노틀담 성당 외에 상당히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 하지만 정작 내가 이곳을 간 이유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Before Sunset의 첫 장면에 나오는 Shakespeare & Company 라는 서점에 가기 위해서다. 첫 유럽 여행에서도 이곳을 들렀었는데 그 때 정말 이곳에 홀딱 반해 버렸다. 문을 여는 그 순간에도 가고 저녁 문을 닫기 전에도 가고 했던 그곳의 매력은 가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그냥 그런 서점이 빠리에 존재한다는 것이 빠리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한층 좋은 곳으로 끌어 올린다. 와인, 치즈, 에펠탑의 나라기도 하지만 Shakespeare & Company의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느긋하게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골목 여기 저기를 다니다 북쪽으로 많이 올라갔다 루브르 근처에 와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와 프랜치 프라이. 캬! Good. Good. 빠리의 밤거리를 산책하기 위해 센 강변을 택하기 보다 루브르의 넓은 분수 공원을 택했다. 그 상징적인 루브르의 모습을 이렇게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니. 사진도 찍었지만 그렇게 하기 보다는 그냥 그곳에 있는 그 순간을 나만 즐기고 싶었다. 다른 것이 다 정지된 듯 그렇게 내 iPod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다. 예술의 다리, 퐁뇌프를 지나 우연히 간 곳은 Taschen 그리고 그 옆의 Amorino. 5년 전에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었지라는 감성에 젖어 늦은 시간까지 그곳에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날은 날씨가 안 좋아져서 오르세와 루브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지금 EU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누릴 수 있는 무료입장 혜택을 누리고자 노력한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돈을 아끼며 멋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프랑스가 가진 문화적 혜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두 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이런 것들을 어려서 볼 수 있고 미술관과 박물관 바닥에 앉아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며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분명 가지지 못한 것이다. 그것에서 오는 차이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런 분위기만은 너무 부러웠다. 어떻게 그것들이 모인 것인지까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 때의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모습이었다. 지금의 그들을 비난할 이유는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들이 역사가 그랬지 그랬지 지금의 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세번째날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 흐릿하기만 한 날씨여서 여러 맛집을 다니며 먹고 싶은 것을 샀다. 마카롱과 초콜릿. Laduree라는 마케롱집에서 영국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을 위해 15개의 마카롱과 Michel Cluizel에서 한상자의 초콜릿을 샀는데 가격은 좀 나갔지만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치른 가격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상관 없다. 아! 여기에 하나 더해 공항에서 와인도 한병 샀다. 2004년산 Caillou d'Arthus Saint-Emilion Grand Cru라는 와인인데 추천 받아서 구입했다. 어떤 와인이든 맛있게 먹으면 되는거니까 (아직 맛 보기 전이다. 궁금해 죽겠다!).
빠리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 곳은 La Defense 다. 개인적인 의미를 찾고자 개선문에서 신개선문까지 걸어가 보았다. (다음에는 절대 안 해야지 :< ) 역시나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곳의 삭막함은 전세계 어디서나 같은 것 같다. 그곳은 빠리가 아니라 그냥 신도시였다. 마치 삼성역 근처에 사람들만 프랑스 사람들로 바뀐 듯한 그런 곳이었다. 자! 이제 빠리를 떠라 안락한 나의 집인 Birmingham으로 갈 시간이다. 15:00.
나의 빠리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잠깐 동안 일상을 떠나 시간을 보낸 곳이라 그런지 벌써 그립다.
제목이 조금 도발적이다. 뭘 해야 하는지 알아? 정말 묻는 것인지, 넌 그걸 몰라! 라고 말하는 것인지 언어의 다의성은 이럴 때 크게 도움이 된다. 모호하게 빠져나갈 구석을 마련해 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두가지 모두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정작 이렇게 글을 쓰는 나는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 보아야 한다. (스스로도 정확히 답할 수는 없겠지만) 고민을 촉발 시킨다는 점만 보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질문이다. 그 고민이 스스로에 대한 것이라서 더욱 그렇다. 언제나 말하지만 나에게 쏟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진 우리들에게는 말이다.
비단 이것은 영국에 와서만 느낄 수 있는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각광 받는 직업을 보면 '안정'된 직장이다. 사회적,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는 직업이 반세기 동안 급변하며 현재의 위치에 와 있는 대한민국에서 각광받는 직업이다. 어쩌면 이는 그동안 겪은 변화의 혼돈 속에서 필요했던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이를 부작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20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이 아니라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은 언제나 현재의 나를 담보로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변화에 대한 열려 있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누구도 그 변화의 방향을 알 수 없다. 단순히 Uncertainty에 대한 무모한 몸부림이 아니다. 우리는 Risk를 감수한다. Uncertainty는 단순히 알수 없음이지만 Risk는 uncertainty를 받아드리고 그것에 expectation을 더한 것이다. (어디서 들었던 내용인데...) Risk를 감수하기에 20대가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잃을 것이 무엇인가? 미래의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 아마도 도전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정말 어렵다. 어떻게 해야 이걸 알 수 있을까? 아마 평생 이런 것을 찾으며 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난 다시 한번 도전을 이야기 하고 싶다. 어떤 경험이든 겪어 보아야 한다. 영국 친구들은 그런 경험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겪어 보지 못 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들에게 어찌보면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같은 경험에서 느낀 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경험에 대해서 굉장히 존중해 준다. 결국 경험하는 어떤 일에든 고하가 없다는 것이다. 도전하는 그 사람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이런 기본적인 기제가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겉치레로 보이는 사회적, 경제적 안정에 대해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책을 읽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모두 새로움을 경험하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사실 상관 없다. 그것을 통해서 느끼는 바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자세가 없다면 무엇을 하든 느끼는 바가 적을 것이다.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로 귀결되는 듯하지 않은가? '일체유심조' 정말이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인 듯 하다. 나를 변화 시킬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나다. 변화는 나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알겠는가? 다시 없을 오늘을, 나를 위해서 살자.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말이다.